
인생 영화 한 편을 만나다.
20대 초반, 아마도 22~23살 겨울, 첫사랑과 이별한 아픔이 아물어갈 때쯤 고전 로맨스 영화에 빠져 살던 시절이 있었다. 노트북, 로맨틱 홀리데이, 노팅힐, 500일의 썸머......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영화를 하나둘씩 보기 시작했다. 고전 미국 로맨스 영화가 주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감성이 좋았다. 혼자 있는 방에서 영화를 보며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고, 나라는 사람은 인생에서 사랑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도 그 당시에 깨달았다.
그 무렵 봤던 영화 대다수는 잊을 수 없는 명작으로 기억 속에 남아있는데, 유독 '이터널 선샤인'은 그렇지 못했다. 영화가 산만하고 지루하다고 느껴졌고, 크게 감흥도 없었다. 그렇게 재미없는 영화 중 한 편으로 기억해오던 작품이었다.
나는 왜 이 작품을 다시 들여다봤을까?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따뜻한 고전 로맨스 영화 감성을 다시금 느끼고 싶었다. 좀 더 신선한 작품으로.
그래서 다시 꺼내보았다. 몇 년의 세월이 흘렀고, 여전히 나에게 재미없는 작품으로 기억될지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은 '인생 영화' 중 한 편을 만났다는 것.
줄거리
주인공인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오랜 연인이지만 다툼 끝에 이별을 하게 된다. 클레멘타인은 발랄하고, 톡톡 튀는 캐릭터로 충동적인 편이라 이별 직후 조엘에 대한 기억을 전부 지우기로 결심한다. 클레멘타인과 다시 잘 지내보려고 했던 조엘은 클레멘타인을 찾아가지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크게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이내 곧 그녀가 자신에 대한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배신감과 괴로움에 조엘 역시 그녀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하고, 하워드 박사를 찾아간다.
조엘의 기억을 지우는 당일,
기억을 지우는 과정에서 조엘은 이 선택을 후회하고 그의 기억 속에서 그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결국 그녀에 대한 그의 기억은 전부 사라진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조엘은 출근길에 갑자기 무단결근을 하고 몬톡을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기차에서 우연히 클레멘타인을 만나게 되고, 둘은 대화를 하게 된다.
기억을 지운 상태라 서로를 알아볼 순 없지만 묘하게 익숙하고,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내 곧 알게 된다. 서로는 연인이었고, 결국 헤어졌다는 사실을.
하지만 둘은 다시 서로의 손을 잡는다. 똑같이 삐그덕거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서로를 너무 사랑했기에.
Okay? Okay.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수없이 많은 다툼에 지쳐 결국 이별을 했던 적이 있다. 그때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그와 관련된 모든 기억을 지우고 싶다는 생각. 그를 몰랐던 때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그것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하지만 그건 이별의 아픔이 가져온 착각이었다.
아마 그에 대한 기억을 전부 지운다고 해도, 그를 몰랐던 어느 날의 나로 돌아간다고 해도,
어디서든 우리는 마주쳤을 것이고, 서로에게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
왜 그 사람을 좋아하는지도 모른 채 반복되는 이유 없는 끌림이 역설적으로 사랑의 이유를 만들어낸다. 그건 이성의 생각과 반응이 아니다. 그냥 나라는 존재, 나의 몸이 그에게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말을 해도 패트릭에게는 사랑에 빠지지 않지만 조엘에게는 사랑에 빠졌던 클레멘타인처럼 사랑을 느끼는 사람은 따로 있다. 그게 운명이 아닐까?
사랑했던 사람과의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새로운 누군가와 더 성숙한 사랑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
한때는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일지라도 그 기억조차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리고 그보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더 열심히, 더 진실되게, 최선을 다해 사랑하자.
강렬하게 사랑했던 기억이 있다면,
뼈 아프게 이별을 해 본 경험이 있다면,
지금 누구보다 행복하게 사랑하고 있다면,
혹은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잊고 있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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